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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강창래의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 글을 통해 기쁨이 되기를

by 손끝 2021.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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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강창래, 2018)

 

인문학자의 페이스북에 요리 레시피가 올라온다. 메모에 가까운 간단한 글이었다가 왜 이 요리를 하는지, 요리를 처음 배우고 느낀 점이 조금씩 덧붙여진다. 익숙하지 않은 일에 혼란스러워하면서도 꾸준히 남기는 글을 보며 독자들은 차츰 슬픔의 냄새를 맡기 시작한다. 병석에 있는 그의 아내는 남편이 해주는 음식 외에는 먹지 못했다.

 

 

그는 이 책의 머리말을 이렇게 시작한다. 

나는 왜 이런 글을 쓰는 걸까?

p. 13

책의 상당 부분이 다양한 레시피로 채워져 있다. 겉으로는 요리 재료과 조리법을 설명하는 부분이지만 작가의 속마음이 또 따로 읽힌다. 잘 먹어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 힘들고 지친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는 마음, 짧은 기쁨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 하는 마음...

 

 

"생각해보니까 세 가지인 것 같아요. 먹을거리를 만들어주면 사람들이 좋아해요. 내가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그 얼굴을 보는 건 말도 못 하게 좋거든요. 글 쓰는 일도 좋아요. '마음'을 써서 먹을거리를 만들고 나면 글을 쓰게 되거든요. 포스팅하고 나면 마음 맞는 사람들이 마음 써주는 것을 보는 것도 너무나 좋구요."(p.74~75)

나는 엄마가 요리 자체를 좋아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왜 혼자 있을 때는 대충 때우는지 이 글을 보고 이해했다. 엄마는 가족을 사랑하는 거지 요리를 사랑한 게 아니었다. '마음'을 써서 먹을거리를 만들고 그걸로 글을 쓰고 나면 다시 사람들이 '마음'을 써주는 아름다운 순환. 나도 엄마에게 다시 '마음'을 써야지.

 

 

p.201

밥은 잘 먹느냐는 의사의 물음에 순간 눈물을 쏟을 뻔하고, 뭘 먹느냐고 묻자 장황하게 대답한다. 비빔밤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사실은 "나 외로웠어요. 나 이런 말 할 데가 없었어요. 나 힘들었어요. "라고 소리치는 것 같았다. 비빔밥 이야기로도 그 마음이 전해지는 게 신기하고 놀랍고 아릿했다. 

 

 

머리말에 있던 '슬픔이 글 주변에서 아지랑이처럼 흔들린다'는 표현이 다 읽고 나서 나중에야 이해가 됐다. 슬픔이 대문짝만 하게 쓰여있는 게 아니라 은은하게 모락모락 오른다. 

누군가를 위해 요리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간접적으로 경험했고 겉으로 보이는 정보, 글과 그 글의 속마음이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 알게 돼 슬프고 기뻤다. 

 

"슬픔과 괴로움, 낯선 것들끼리의 갈등....... 그 모든 것들이 글을 통해 기쁨이 되었으면 좋겠다."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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